그룹명/문화유적유물산책

문경새재 한시 감상

도랑도랑 2022. 10. 11. 20:26

문경새재는 낙동강 아래의 영남지역에서 서울로 가는 길이다. 
문경에서 충주로 가는 이 길을 조령(鳥嶺)이라고 불렀다. 
새재는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

억새가 우거진 고개

새로 만든 고개라는 뜻이 담겨져 있단다.

영남지역에서 서울로 가는 길은 추풍령, 조령, 죽령이 있다. 
특히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은 바람처럼 떨어진다는 의미가 있는 김천의 추풍령은 피하고
죽~ 떨어진다는 의미가 될 수 있는 영주의 죽령길도 피했다고 한다. 
특히 문경은 한자로 풀어보면 경사로운 소식을 듣는다는 의미가 있다. 
과거를 준비하던 이들은 경사스러운 소식을 염원하면서 조령을 한양으로 가는 과거길로 선택했다.

길을 따라 가던 중 조령원터를 만났다. 
역이나 원은 길 사이에 설치한 숙박기능을 하는 곳이다. 
조령원은 돌성으로 외부를 방어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외벽은 조령원에서 숙식하는 사이 도적이나 산짐승의 출입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새재 길에는 한글 창제 이후 최초로 새워진 한글 비석이 있다. 그 내용은 산불조심이다. 

 

 

 

龍湫(용추)

龍動盤渦折 (용동반와절) / 용이 꿈틀거려 소용돌이 헤치니
涵天明日新 (함천명일신) / 잠긴 하늘에 밝은 달이 새롭다
晴雷白虹瀉 (청뢰백홍사) / 개인날 천둥소리에 흰 무지개 뻗치니
恍惚孰窮神 (황홀숙궁신) / 황홀하여라 누가 그 신비를 알리

면곡 어변갑 (綿谷 魚變甲 1381~1435)

 

 

 

용추(龍湫) 

巨石贔贔雲溶溶 (거석비비운용용) / 큰 바위 힘 넘치고 구름은 도도히 흐르네
山中之水走白虹 (산중지수주백홍) / 산속의 물 내달아 흰 무지개 이루었네.
怒從崖口落成湫 (노종애구낙성추) / 성난 듯 낭떠러지 입구 따라 떨어져 웅덩이 되더니
其下萬古藏蛟龍 (기하만고장교룡) / 그 아래엔 먼 옛적부터 이무기 숨어 있네.
蒼蒼老木蔽天日 (창창노목폐천일) / 푸르고 푸른 노목들 하늘의 해를 가리었는데
行人六月踏氷雪 (행인유월답빙설) / 나그네는 유월에도 얼음이며 눈을 밟는다네.
湫邊官道走玉京 (추변관도주옥경) / 깊은 웅덩이 곁에는 국도가 서울로 달리고 있어
日日輪蹄來不絶 (일일윤제래불절) / 날마다 수레며 말발굽이 끊이지 않는다네.
幾成歡樂幾悽若 (기성환락기처약) / 즐거웠던 일 그 몇 번이며 괴로웠던 일 또 몇 번이었던가?
笑撫乾坤睨今古 (소무건곤예금고) / 하늘 땅 웃고 어루만지며 예와 오늘 곁눈질하네.
大字淋漓寫巖石 (대자림리사암석) / 큰 글자 무르녹은 듯 바위에 쓰여져 있으니
後夜應作風和雨 (후야응작풍화우) / 다음날 밤에는 응당 바람 비 내리리라

퇴계 이황 (退溪 李滉 1501년 ~1570년)

 

 

 

용추 각자 (龍湫 刻字)

위치 : 교귀정 건너편
글쓴이 : 구지정 (具志禎)

제 1관문과 2관문 중간 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이 소를 이루었는데 이를 용추라 한다.
이곳은 새재 옛길의 백미로 꼽히며, 용추 글씨를 새긴 사람은 구지정이다.
구지정은 본이 능성이고, 현종 7년(1666)에 사마시에 급제하였으며, 公州와 黃州 목사를 지냈다.

 

 

 

 

 

 

제 2관문인 조곡관 앞 조곡교 입구 좌측에는 큼지막한 주흘산 등산 안내판도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의 탐방객들이 머물다가 돌아나오는곳이 여기까지인듯 함께한 일행마져 되돌아 가는길 

개울건너 약수터가 궁금해서 건너갔다가 우측 숲 길옆 돌에새긴 한시들이 눈길을 끌어 자꾸만 들여다 보니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이쯤에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개성 명기 명월(明月)이 사모했던 양곡 소세양은 새재를 넘으면서 조령(鳥嶺)이라는 제목의 오언절구 한수를 남겼다.

鳥嶺(조령)

石經躡雲高 (석경섭운고) / 돌길을 지나 구름위로 올라서니
縈紆三十里 (영우삼십리) / 굽이굽이 휘도는 새재길 삼십리
人行喬木杪 (인행교목초) / 사람이 나무꼭대기를 밟는 것 같고
馬入翠屛裏 (마입취병리) / 말은 병풍 속으로 들어가는 듯 하네

양곡 소세양 (陽谷 蘇世讓 1486 ~1562)

 

 

 

 

鳥嶺(조령)

白山南走三千里 (백산남주삼천리) / 백두산은 남으로 삼천리를 달려와서
大嶺橫分七十城 (대령횡분칠십성) / 큰 고개 가로질러 칠십 고을 나눴네
從古覇圖資割據 (종고패도자할거) / 예로부터 제후들이 할거 할 곳 있었거니
至今棧壘未全平 (지금잔루미전평) / 지금까지 그 요새 흔적이 남아 있다네
迎人靑嶂重重出 (영인청장중중출) / 사람을 맞이하는 짙푸른 봉우리 첩첩이 솟아있고
照眼丹楓樹樹明 (조안단풍수수명) / 눈에 보이는 단풍은 나무마다 아름답구나
劒閣勒名吾老矣 (검각늑명오노의) / 공명을 세우기엔 내 이미 늦었거니
停驂聊復賞新晴 (정참요복상신청) / 가던 길을 다시 멈추고 맑은 하늘 바라보네!

서포 김만중 (西浦 金萬重1637~1692)

 

 

 

 

 

 

鳥嶺(조령)

愁攀層石綠陰中 (수번층석녹음중) / 푸른 숲 속 바위는 켜켜이 쌓여있고
鳥道高高入半空 (조도고고입반공) / 새재는 높이높이 공중에 솟았어라
萬里乾坤飛遠目 (만리건곤비원목) / 드넓은 세상은 멀고도 아득한데
片雲宵漠遍冥鴻 (편운소막편명홍) / 하늘가 조각구름 기러기 같구나
路通南北輪蹄接 (노통남북윤제접) / 서울로 가는 이길 수레소리 요란도 한데
關控襟喉氣勢雄 (관공금후기세웅) / 요충지 관문들은 기세도 웅장해라
匹馬短衣經幾度 (필마단의경기도) / 필마의 저고리로 몇 번이나 오갔던고
依俙曲曲舊行蹤 (의희곡곡구행종) / 아련한 구비마다 지난자취 어리누나

소고 박승임 (嘯皐 朴承任1517~1586)

 

 

 

 

 

鳥嶺贈別 (조령증별)

功名眞墮甑 (공명진타병) / 공명은 깨어진 시루와 같고
聚散一浮雲 (취산일부운) / 모였다 흩어지는 뜬 구름 같은 것
獨向公山裏 (독향공산리) / 이제 나홀로 산 속으로 가노라니
蒼蒼落日曛 (창창낙일훈) / 푸른 숲 사이로 노을이 진다.

석천 임억령 (石川 林億齡1496~1568)

 

 

 

 

聞慶途中 (문경도중)

嶺北寒猶緊 (영북한유긴) / 고개 북쪽은 추위 아직도 매서운데
山南花已明 (산남화이명) / 산 고개 남쪽엔 봄꽃이 활짝 피었네
天涯風氣別 (천애풍기별) / 하늘가라 기후풍토 다를 뿐인데
時序客心驚 (시서객심경) / 시절 따라 놀랄 나그네 마음이여
故里春應遍 (고리춘응편) / 고향 마을에는 벌써 봄이 한창이겠지
歸途興自生 (귀도흥자생) / 돌아가는 길이라 마음이 설랜다
丁寧報風伯 (정녕보풍백) / 간절한 마음으로 바람에게 이르나니
莫妒滿枝英 (막투만지영) / 만발한 봄꽃을 시샘하지 마시라!

학봉 김성일 (鶴峰 金誠一1538~1593)

 

 

 

 

 

 

鳥嶺二首(조령이수)

鳥嶺千盤嶺 (조령천반령) / 새재는 굽이굽이 고갯길이요
龍湫萬丈淵 (용추만장연) / 용추는 깊고 깊은 연못이라네
宿雲衣帶下 (숙운의대하) / 잠자는 구름은 산허리를 치마처럼 두르고
朝旭頂巾前 (조욱정건전) / 아침 해 산허리에 빛나네


好鳥鳴喬木 (호조명교목) / 어여쁜 새는 나무위에서 울고
嘉魚躍大淵 (가어약대연) / 미끈한 물고기는 연못에서 뛰네
浮深皆得意 (부심개득의) / 저들이야 제 뜻대로 살건만
行邁落暉前 (행매낙휘전) / 나는야 갈길 멀어 석양 길로 접어드노라

동강 신익전 (東江 申翊全1605~1660)

 

 

 

 

 

到鳥嶺寄舍弟 (도조령기사제)

天涯乘輿費幽吟 (천애승여비유음) /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시름이 더한 것은
秋盡江頭別意深 (추진강두별의심) / 늦가을 강가의 이별 뜻이 깊어서라
匹馬十年南北路 (필마십년남북로) / 필마로 십년세월 사방 떠돌았으니
三盃千里去留心 (삼배천리거유심) / 석잔 술에 천리 길 미련도 없으련만
蕭蕭落葉龍湫畔 (소소낙엽용추반) / 낙엽은 쓸쓸히 용추에 떨어지고
慘寒慘雲鳥嶺陰 (慘삼한운조령음) / 먹구름 싸늘히 새재에 걸렸구나
懷抱此行殊鬱結 (회포치행수울결) / 너와나의 이별은 더욱 맺혀 아프고
夢魂頻續舊園林 (몽혼빈속구원림) / 꿈속인 듯 고향산천은 발목을 잡는구나!

회재 이언적 (晦齋 李彦迪1493~1553)

 

 

 

 

조령로상우음(鳥嶺路上偶吟)

流水蛟蛇走 (유수교사주) / 흐르는 시내물 뱀처럼 날래고
奇峯劍載森 (기봉검재삼) / 기이한 봉우리 창검을 세운 듯
秋風西去路 (추풍서거로) / 찬 바람 맞으며 서울로 가는 길
匹馬賞長吟 (필마상장금) / 필마는 숨이 차서 헐떡거리네

간송 조임도 (澗松 趙任道 1585 ~ 1664)

 

 

 

 

冬日領內赴京踰鳥嶺作 (동일령내부경유조령작)

嶺路崎山虛苦不窮 (령로기산허고불궁) / 새재의 험한 산길 끝이 없는 길
危橋側棧細相通 (위교측잔세상통) / 벼랑길 오솔길로 겨우겨우 지나가네
長風馬立松聲裏 (장풍마립송성리) / 차가운 바람은 솔숲을 흔드는데
盡日行人石氣中 (진일행인석기중) / 길손들 종일토록 돌길을 오가네
幽澗結氷厓共白 (유간결빙애공백) / 시내도 언덕도 하얗게 얼었는데
老藤經雪葉猶紅 (로등경설엽유홍) / 눈 덮인 칡덩굴엔 마른 잎 붙어 있네
到頭正出林界 (도두정출림계) / 마침내 똑바로 새재를 벗어나니
西望京華月似弓 (서망경화월사궁) / 서울 쪽 하늘엔 초승달이 걸렸네

다산 정약용 (茶山 丁若鏞 1762 ~ 1836)

 

 

 

 

 

 

문경의 용담폭포

仰看鳥道三千丈 (앙간조도삼천장) / 쳐다보니 새재 길 아득히 멀고
下視羊腸十二回 (하친양장십이회) / 굽어보니 구불구불 열두 구비라
是處龍潭天下壯 (시처용담천하장) / 여기 이곳 용담폭포 참으로 볼만한데
怒雷飛雨二時催 (노뢰비우이시최) / 폭포소리 물보라 앞다투어 일어나네.

수헌 권오복 (睡軒 權五福 1467년~1498년)

 

 

 

새재의 용담을 지나며

過鳥嶺龍潭 (과조령용담) 새재의 용담을 지나며
雷雨包藏只一 泓 (뇌우포장지일홍) / 우렁찬 폭포 소리 물속에 잦아들고
兩邊山木作幽情 (양변산목작유정) / 에워싼 나무들로 그윽하고 깊어라
問龍夙世脩何行 (문용세수하행) / 용아 너는 예로부터 어떻게 닦았기에
今日深潭臥不驚 (금일심담와부경) / 지금 여기 누워서도 놀라지 않느냐

우암 홍언충 (寓菴 洪彦忠 1473년~1508년)

 

 

조선시대 서현(書賢)들께서 문경새재를 넘나들며 남겨놓은 한시(漢詩)들을 감상할 수 있는 옛길
한 구절 한 구절 문경새재의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 있었던 한시(漢詩)가 있는 옛길에서 ~ 

 

촬영일 : 2022년 10월 09일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