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4일 토요일
봄은 오는지 가는지
분간하기 어려운 생각마져 들던 날
바람은 몹시도 불었다.
아침 한 때 하늘을 뒤덮고 있던 구름은
서서히 벗겨져 나가던 날
청색의 노루귀를 처음 만났던 그 해
우연히 찾아 들었던
그 계곡으로 들어가 보았다.
바스락 바스락 낙엽 밟히는 소리가
유난히 귓가에 거슬리듯 들려왔다.
함께간 말동무라도 있었다면
그 소리도 싫진 않았을런지 모를 일이다.
이리 보고 저리 살피며
무엇을 잃어버린 사람 마냥
혼자 그렇게 스산한 계곡의 낙엽 밟으며 헤메고 있을때
콩나물 머리처럼 여기 저기 노루귀가 돋고 있었다.
구름이 덜 벗겨진 하늘
얼룩 덜룩한 구름 덩어리 사이 사이로
간간히 비춰주던 햇빛
빛이 좋지 않으려면 바람 만이라도 잠을 자 주던지
청색의 노루귀를 처음 만나던 날
두근 거리던 가슴으로 떨리던 손끝으로
셔터를 눌러대던 그날이 생각났다.
이리 저리 어슬렁 거리며 꽃 찾아 두리번 거릴때
수퍼마켓에서나 볼 수 있던 물병이나 음료수 병이 보인다.
저 병이 높이 달렸으면 나무가 아파서 링거주사 맞나보다 지나 쳤으련만
나무 속으로 파고든 투명한 호스는 내 몸속을 파고 드는듯
가슴이 찡해왔다. 사람과 자연도 공생관계라지만
자연은 말없이 소리없이 우리에게 주는것이 너무 많은데
사람은 고작 자연에게 해 줄수 있는 일이 저런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때 밭을갈다 세워져 있었는지
덩그러니 멈춰선 농기계도 봄바람에 지쳐서 피곤해 보인다.
지난해 저길 갈 땐 자동차로 들어 갔었는데
지난여름 어지간히 많은 비가 내렸나 보다.
낯선 이방인의 소란스러움이 싫어서자연은 스스로
길을 막아 버렸는지 모른다.
터벅 터벅 먼길이 싫증난 어린애 처럼
이리 살피고 저리 살피며
아직도 계곡의 봄은 저멀리 머무는듯 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질 무렵
두눈이 번쩍 뜨이는 장면이 코 앞에 펼쳐진다.
잦은봄비 찌짐벅 거리고 봄바람은 불어도
계곡의 양지쪽엔 괭이눈이 봄맞이를 하고 있었다.
축축한 이끼와 젖은 낙엽 사이로
동그랗게 맻혔다가 떨어지는 옥구슬 같은 물방울이
맻혔다가 떨어지고 또 맻히기리를 기다리는 사이
나도모르게 세상의 고달픔 잊어 버린채
자연속에 녹아든다.
청노루귀 그리며 찾아 들었던 계곡
아직도 봄은 멀리 있는가
반짝이는 햇살에 생강나무도 꽃피우고
버들강아지도 꽃을 피우는데
꽃이야 만나변 반갑고 보면 기쁘지만
내게 주어진 자유의 시간 그리고 나만의 공간에서
바람소리 물소리 벗삼아 욕심없이 살고싶어라 ~
산속에서 저런 짐승 만나면 지가놀라 도망 치던가
지죽고 내가살던가 사생결투 벌였겠지만
민가 근처 지나치며 차안에서 잠시 셔터 눌러 봤지만
무섭게 생겼지만 어딘지 모르게 나처럼 온순하게 생긴 녀석 같다.
그집앞을 지나칠때 한두송이 피어나고 있던 매화꽃도
올해는 처음으로 사진으로 담아왔다.
또 바람은 계속 불어도 햇빛만이라도 위안이 되고
모처럼 활개치며 돌아다닌 주말의 오후 한낮의 쨍한 볕이 연하게 변해갈 무렵
또 한곳의 궁긍터 그곳에도 아직은 탄성이 자아져 나오질 않았다.
윤달이 들어 봄이 깊은생각 그래도 어제 오늘 이틀 사이에
개나리꽃이 활짝 피어나고 봄까치꽃도 이쁘게 피어 나더라 ~
촬영일: 2012년 3월 24일
어제 하루 무리지어 활짝 피어있던 봄까치꽃이
오늘은 찌뿌둥한 햇살 때문인지 모두가 입 다물어 버리고
어제 볼만하다 싶던 개나리꽃은 오늘도 더 활짝 피고 있었다.
중식시간 꽃을 보며 기분좋게 보낸 하루
퇴근길의 서쪽하늘 지는해는 유난히도 빨갛게 빛을 발하더라 ~
촬영일: 2012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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