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야생화

솜방망이

도랑도랑 2012. 5. 3. 00:46

 

해는 서산에 지고
 
촛점잃은 꽃잎 바라만 보다가
 
방금 지던 그 해가 한 시간만 더 머물러 줄 수 있었으면
 
주말의 하루가 아쉽지 않았을텐데
 
다음 날 맞이하는 월요일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텐데
 
철없는 아이 처럼 엉뚱한 상상 풀밭에 내려놓고
 
저 꽃이 지기전에 다시 찿아 올 때면
 
흔적없이 사라지고 내년을 기다려 보겠지 ~
 
 
꽃이 보고싶어 짜투리 시간도 아깝다.
 
논둑 밭둑 지천으로 깔려있는 풀 꽃들
 
그 꽃이 그래 좋나
 
나 태어난곳 하늘아래 첫 동네
 
첩첩산중 하늘만 빠꼼하고
 
해지면 호롱불 켜고 옹기종기 모여 살던 곳
 
그 때는 몰랐지만 이제사 알아 볼 땐
 
불혹을 훌쩍 넘어 지천명을 달리니 보면 볼수록
 
풀꽃들이 좋고 농촌풍경이 정겨워진다.
 
 
직장의 특성상
 
업무의 특성상
 
주말이다 휴일이다 정해진 약속을 할 수가 없다.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고 난 이후 나의 직장 생활에서
 
여유 시간이 아쉬운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게 그렇게 아쉬움을 잊을 때 쯤이면
 
햇볕이라도 쨍하고 하늘 이라도 새파라면 무얼 더 바라겠는가
 
어쩌다가 신이나서 풀꽃이라도 만나러 가야지 하면서 자고 나면
 
어김없이 흐리거나 바람불고
 
차라리 바람자고 보슬 보슬 비오는 날엔
 
우산 이라도 쓰고 드라이브 삼아 산길이라도 오를수 있지만은
 
어제는 토요일
 
조금 일찍 퇴근한 편이었다.
 
해는 두어발 남아 있고 해가 진 이후에도
 
한 시간 정도는 야외에 머물수 있는 좋은 계절이란 생각으로
 
20여분 거리의 즐겨찾기 코스로 나가 보았다.
 
솜방망인지 쑥방망인지 이름조차 헷갈려지려한다.
 
이른 봄 꽃찾아 다닐때쯤 마른풀 헤집고 솜이불 뒤집어 쓴듯
 
거미줄 처럼 털이 엉켜진 채로 새싹이 돋아나는
 
그래서 이름조차 솜방망이라 불리는 국화과(菊花科)에 속하는 다년생초.
 
잦은 봄비 탓이었나 넉넉하게 물잡힌 논바닥 배경삼아 논둑아래 늘어서
 
여기 저기 피어있는 솜방망이 녀석들이 산등성이 넘어가는 연한 햇살아래
 
유난히도 마음을 사로 잡았다.
 
해지기 전에 이 모습이라도 보고 싶어서 여길 갔었다.
 
구비진 아스팔트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황급히 가방 열고 카메라 꺼내들고 질퍽한 논둑길 피해 아래로 내려서니
 
때마침 조깅나온 연세 들어보이던 아저씨 지나치며 하던말
 
논바닥 찍을라 카는데 카메라가 너무 좋타아 ~
 
대꾸할 여유없이 논바닥으로 내려서니 자세히 들여다 봐도
 
특별하게 이쁘다는 생각보다 흐드러지게 활짝핀 송이마다
 
꿀벌이 찾아들고 향기마져 괜찮았다.
 
사실은 여길 먼저 찾은뜻은 이유가 있었다.
 
이곳에 오면 이런 풍경보다 더 치렁치렁 나뭇가지에 뒤엉켜 피어난 으름꽃이 있었고
 
길옆 소나무 밑둥치 옆에는 색감도 또렷하고 꽃잎도 큼직한 참꽃마리가 있었기 때문인데
 
지난해 길 아래 한적한 이곳에 유치원 하나가 들어 서면서
 
공사 잔재와 부산물들이 쌓여 있더니 그 참꽃마리는 구경 할 수가 없었다.
 
어디로 갔을까?
 
아직 때가 일러 피어나지 않았을것이라 믿고만 싶어졌다.
 
그 어느 해 처음으로 이곳에서 렌즈를 들이대고 참꽃마리를 들여다 보고 있을때
 
예사로 지나치지 않고 차를 세우며
 
손녀인듯 데리고 내리면서 야! 참꽃마리가 있네 하면서
 
가까이에서 함께 들여다 보던 한 아주머니가 생각났다.
 
그 아주머니가 내게 먼저 물어온 말은 어느 동호회에서 활동 하느냐 였는데
 
그 아주머니는 ㅇㅇㅇ에서 활동 한다고 했던 기억이 떠 오르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거 큰일났다.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벌써 드라마 무신이 시작 되었는것 같다.
 
쓰다가 그냥두고 나중에 오면 봄바람 타고 이 글들이 훌쩍 날아가 버리고
 
없어질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별것아닌 이글 등록하고 나중에 다시 수정 하자니
 
드라마 보지 않으신 분들 달려와서 답글 달것 같고
 
무신이 끝나고 나면 연이어 광개토태왕 마져 보고 와야 하는데......
 
언제 부터인지 한번 보고 두번보고 잘 보지도 않던 TV드라마 무신과 광개토태왕엔
 
푹 빠져 들고 말았으니 일단 보고 와야 할 일이다.
 
이미 해는 서산에 지고
 
여기까지 왔다가 그 으름꽃은 보이질 않았지만
 
그 언젠가 보았던 바로 이 풀 몇포기 아무데에서나 볼 수 없는 꽃인줄 알았는데
 
해마다 유일하게 이 가까운 곳에서 대면 할 수있는 반가운 순간
 
키 큰 몇줄기는 이미 꽃을 떨구고 난 후였다.
 
빛이 사라진 숲길 옆
 
벌써 애기나리까지 꽃을 피우고 있는데
 
난 여태 계절이 여기 까지 온 줄도 모르고 있었던것 같다.
 
농촌마을 후미진 곳
 
어느 농가 담벼락 밑에는 금낭화도 피어 있고
 
난 해마다 이길을 반복해서 다녀 보지만
 
골담초 또  한 어느사이 꽃이 만발하고 지고 있는 중이었다.
 
이 담벼락 밑의 골담초를 볼 때 마다 어릴적 20여호 작은 마을에
 
유일하게 우리집 마당 한켠에 자라고 있던 골담초
 
그 때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르게 하는 순간
 
난 이 골담초가 한결 아름다운 추억으로 느껴지곤 한다.
 
길 옆 주유소 한쪽 공간 쉼터 옆에는
 
불두화도 벌써 꽃을 피우고 있었다.
 
겹 벚꽃 이었던가?
 
올해 봄에 옮겨 심어 놓은듯 앙상한 가지마다
 
나뭇잎은 보이질 않는데 꽃만 둥실 둥실 무겁게 달고 잇는듯 했다.
 
이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평소엔 벌 써 집에 들어가 있을 시간이엇다.
 
휴일이 아쉬운 출근길엔 언제 부터인지 복장에 관계없이
 
카메라 갑방을 둘러메고 나가는 상태가 되어 버렸고
 
그런 날엔 집 사람 또한 으레히 한바퀴 돌고 들어 오는것으로 알고있게 되었다.
 
쑥밭이 되어버린것 같지는 않다
 
솜방망이 밭이 되어 버린것 같이 보이니까
 
지나 오는 길  둑 아래 유휴지 논이었던 자리 같기도 하다
 
온통 솜방망이가 점령한듯 한창 꽃이 피어나 싱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미 해는 서산에 지고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햇볕이 남아 있을때 보았으면 참 좋았을것을 아쉽다
 
세상에 모든것을 다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 새삼 깨닫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내가 거기에 갈 수 있을 만큼의 짜투리 시간 만이라도 감사하고 고마워 해야만 할 일
 
해 떨어진 들판에 흐드러지게 핀 이 모습조차 볼 수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난 이봄이 어디에서 왔다가 어느곳으로 가 버렸는지 아무도 내게 말해주는이는 없을 테니까
 
감사한다 감사 해야만 한다
 
이세상 모든것을 ......
 
흐 ~~~~~~
 
해가 진지는 오래 전
 
삼각대위에 걸쳐놓은 카메라 떼어 내릴줄 모르고
 
저만치 지나쳐 달리는 자동차들은 헤드라이트 불빛이 보이는데
 
못내 아쉬움 남아서인지
 
다이얼 모드 돌려가며 잡히지 않는 촛점 아랑곳 하지않고
 
이짓 저짓 해가며 팝엎되는  플래시 손바닥으로 가려 가면서 셧터를 눌러보고
 
집에와서 그장면 펼쳐보니 그런대로 예상외의 결과물도 보였다.
 
                                                                                                      촬영일: 2012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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