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물 빠진 주산지(注山池) 풍경
주산지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만큼 널리 알려진 관광명소가 되어버린건 말할나위 없을것 같다.
조선 숙종 때인 1720년에 쌓기 시작하여 경종 때인 1721년에 완공되었다는 길이 100m, 너비 50m, 수심 7.8m
한번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어서 저수지 아래의 이전리 마을에서는 해마다 호수 주변을 정리하고, 동제를 지낸단다.
물에 잠겨 자생하고 있는 왕버들이 유명해지게 된것은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였기 때문일것이다.
일주일 전인 10월 21일 새벽에 다녀왔다는 지인께서 올려주신 사진에서 수위가 줄어든 주산지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시간이 조금 여유로워진 가을날 줄어든 수위에 반영이나 물안개를 기대하고 달려가 보았던것은 아니었지만
이런모습 처음 보는것 같았다. 물이 줄어들어도 너무 많이 빠져 버린듯 전망대 아래까지 여유롭게 떠다니던 잉어때도 놀라버렸을까
보이지 않는 저 깊은곳 어디까지 들어가서 가득히 물이 차오를 그날을 기다리며 이 가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주산지(注山池) : 경상북도 청송군 부동면 이전리 주왕산 절골지구에 있는 저수지
주산지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청송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한번쯤은 돌아보고 갈 수있는 필수코스가 되어 버린듯
이렇게 유명세를 타게된데에는 수도사 승려의 일생을 사계절에 빗대어 묘사한 2003년 제작된 김기덕 감독의 드라마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통하여 널리 알려진것으로도 소개된다.
가득찬 수면위로 단풍든 모습이 조용히 비춰진 모습 올해는 기대조차 하고 가지는 않았지만 물빠진 주산지 풍경은 너무나 처절하고
비참한 모습으로 다가오는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아무리 관리를 잘 해준다 한들 극심한 가뭄으로 물이 빠져도
엄동설한 꽁꽁 언 얼음장 속에서도 꿋꿋이 견뎌온 셀수없는 세월의 모습을 역력히 드러내 보여주고 있었다.
2003년 이곳 주산지에서 제작된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을 주제로한 영화 이야기를 살펴보면 흥미진진하다.
이 영화는 산사에 사는 동자승이 노승이 될 때까지의 시간을 사계절에 비유한 드라마 영화이다.
봄: 만물이 소생하는 봄, 한 동자승이 개구리와 뱀을 잡아 돌을 매다는 짓궂은 장난을 한다.
이를 지켜본 노승은 잠든 아이의 등에 돌을 묶어두고, 잠에서 깬 아이는 등에 묶인 돌을 힘겨워하며 울기 시작한다.
노승은 우는 아이에게 짓궂은 장난으로 생명이 죽게 되면, 평생의 업이 될 것이라 말한다.
여름: 동자승은 자라 열일곱 살의 소년이 되었다. 사랑에 눈뜬 소년은 요양 온 한 소녀에게 깊은 사랑을 느낀다.
그런 불안한 소년의 사랑을 노승이 지켜본다. 소녀가 산사를 떠나게 되고, 소녀를 잊지 못한 소년 역시, 미련 없이 산사를 내려온다.
가을: 남자는 산사를 떠나고 십 년 만에 산사를 찾는다. 그러나 산사를 다시 찾은 남자는 자신을 배신한 아내를 죽인 살인범의 신분이다.
남자는 분노와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노승은 남자를 매질하고, 그를 위한 반야심경을 쓴다.
마음을 잡은 남자는 반야심경을 마음에 새기며, 산사를 내려온다. 그리고 노승은 떠난 남자를 위해 다비식을 치른다.
겨울: 중년이 되어 산사로 돌아온 남자는 심신을 수련하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낸다. 그리고 남자의 어머니가 했던 것처럼, 한 여인이
어린 아이만을 산사에 남긴 채 떠난다. 남자는 아이를 돌보기 시작한다.
다시 봄: 노인이 된 남자는 여인이 남기고 간 아이와 함께 평화로운 봄날을 맞이한다.
동자승은 개구리와 뱀을 잡아 돌멩이를 입에 넣는 장난을 치며 즐겁게 놀고 있다.
영화는 사계절에 비유되는 우리의 삶을 사찰에 사는 스님과 주변의 자연을 통해 그려내었다.
겨울 편의 중년 승려는 김기덕 감독이 직접 연기하였으며, 제41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제11회 이천 춘사대상영화제에서 미술상과 기획제작상을 받았다. 제24회 청룡영화상에서 기술상과 최우수작품상을,
제51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적이 있다.
전 날인 10월 27일 토요일 아침시간이 조금 지나서 부터 하루종일 가을비치곤 제법 많은양이 내렸고 잠자리에 들 때 까지도
하늘은 구름으로 잔뜩 덮여 있었다. 여느때 같았으면 이른 새벽에 주산지로 달려가 보겠다는 생각이라도 굳혔을텐데......
일요일 새벽 일찍 잠에서 깨어서 창문 열고 하늘을 쳐다봤더니 맑은 하늘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행한 주산지 06:50분에 도착하니 주차장엔 벌써 자동차들이 가득차고 전날 내린 비로인해 갯벌같이 질퍽였다.
몇대의 관광버스에서 내린듯 등산객들이 붐볐고 주산지를 도라 나올때쯤 쨍하고 햇볕이 스며드는 신갈나무의 단풍이 그나마 위안의
빛으로 다가왔다.
한겨울 꽁꽁 언 얼음판위로 중간쯤 모습 보이던 고목의 앙상한 뿌리모습도 보여줄것 아끼지 않은채 통째로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이모습 저기 고목의 참나무 지난 5월 16일 세상사는이야기에 주산지에가시거든...... 이란 제목으로 글을 등록했던 참나무
난 아무리 살펴보아도 신갈나무로 보였지만 저 참나무 허리에는 굴참마무란 이름표가 붙어 있었기 때문에 순찰 중이던 공원관리자에게
그 사실을 말해 주었고 지난 8월 26일 주산지에 들렀을때 그 때의 그 이름표가 바뀌어져 있는지 쳐다 보았을땐 그대로 굴참나무란
이름표를 달고 있었지만 이번엔 아예 떼어내 버렸는지 아무것도 붙여놓고 있지는 않았었다.
08 : 20분경 주산지 하구 둑에서 바라본 상류쪽 방금 솓아지는 아침햇살을 받고 온통 단풍으로 치장하고 있는 산의 모습이
이 가을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구나 하는 감성을 일깨워주고 있는듯 했다.
어릴적 우리네 어머니들이 할머니들이 속이 상하실때 토해 내시던 말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속이 숯검정이 다된다. 속이 썩어뭉들어진다 라는 말들이 생각나게도 했다.
자연이 만들어낸 조화 자연속에서 그 무엇이 흉내낼수 없어도 모진 비바람을 겪어 지나온 세월들을
한 순간에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는 장면들을 연출해 내고 있던 주산지 언제까지라도 늘 푸른 모습으로
아름다운 가을의 모습들을 내년엔 다시 보여줄것으로 기대해 본다.
촬영일: 2012년 10월 28일
'그룹명 > 풍경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왕산 절골계곡의 가을 I (0) | 2012.10.31 |
---|---|
물빠진 가을 주산지 II (0) | 2012.10.30 |
국화 그리고 바닷가풍경 (0) | 2012.10.25 |
가을바다 풍경 (0) | 2012.10.24 |
가을들판 (0) | 2012.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