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꽃 필 무렵에 / 破笠
칡넝쿨 잎 붉다
한발씩 멈칫멈칫 나아간 사선에서
계절은 갈 곳 없어
더 오를 힘 놓고
한잎 두잎 오그라져
한 주먹씩 바람만 움켜 쥔다
모진 세파 굽이굽이 타감고 올라
불현듯 쳐다본
칼 끝에 찔린 하늘
날름이던 촉수 허공만 가로젓다
물에빠진 짐승이듯
줄기채 몸부림
가뭇한 땅 그리움, 입을 다문다
곡풍이 들어
반 수족 시들어진 여름 달래듯
검은 바위 앉은 햇살
가슴 가득 보듬고
아카시아 멱 잡았던
봄 원한도 풀어
산고 내 딛은 갈 꽃으로 서럽다
지난주 칠월의 마지막날 토요일
뙤약볕 내리쬐는 산기슭 길 옆
길게 늘어진 칡넝쿨 옆을 지날때
은은하게 코끝을 스쳐 발길을 멈추게 하던 칡꽃
삐질 삐질 흘러 내리는 땀도
칡꽃향기에 씻겨 바람에 날려 가는듯
그 향기에 취해 보았다.